마을자치 강좌④ 우종영 나무의사 ‘나무처럼 살자’

[고양신문] ‘생명과 건강을 살리는 마을자치 시민강좌’가 어느덧 네 번째 시간을 가졌다. 지난 26일 주엽동 사과나무치과병원에서 열린 강좌는 우종영 작가가 ‘나무처럼 살자’ 라는 주제로 2시간가량 펼친 강좌였다. 우종영 작가는 “내가 정말 배워야 할 모 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고 말하는 40년 경력의 ‘나무 의사’다. 40년 이상 나무와 함께하며 나무와 관련된 다양한 직함을 가졌지만 그는 자신을 숲을 치유하기 위해 속삭이는 사람, ‘포레스트 위스퍼러 (Forest Whisperer)’라고 정의한다.

우종영 작가는 나무 의사라는 직업 외에 사진작가, 농부, 강연자, 작가 등 다섯 가지 직업을 겸하고 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직업을 꿈꾸는데, 바로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카피라이터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나무가 지닌 아름다움과 나무로부터 얻는 교훈 등을 직접 촬영한 풍성한 사진과 함께 설명하며 강연을 펼쳤다. 고양신문·고양시주민자치협의회·사과나무의료재단· 건강넷이 공동주최한 이날 우종영 나무의사 강좌를 정리해 지면에 옮긴다.

26일 마을자치 시민강좌의 강사로 나선 ‘나무 의사’ 우종영 작가.
26일 마을자치 시민강좌의 강사로 나선 ‘나무 의사’ 우종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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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란 어떤 존재일까. 인류가 나무를 바라보는 시각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시대마다 달랐다. 신앙의 대상이 되었던 적도 있고, 집을 짓거나 불을 피우는 재료로서 기능해왔던 때도 있었다. 최근에는 자연의 맑음을 제공하는, 그래서 치유의 힘을 가진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나무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기후위기가 정점으로 치닫게 되면 나무는 아마 인류가 절박하게 갈구하는 존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무는 바이러스로 인해 병을 가지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생명체는 생명 활동에 쓰는 물질을 생성시키고 불필요한 물질을 배설하는 대사활동을 하는데, 나무는 이 대사활동을 워낙 느리게 진행시킨다. 바이러스가 번식하기에는 나무가 그다지 좋은 숙 주가 아닌 것이다. 나무는 이처럼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 지켜내고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힘들면 연대할 줄 아는 나무들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의 육상식물이 바로 이끼다. 이끼는 풀과 나무가 등장하기 이전인 4억년 전부터 지구에 등장했는 데, 이끼는 비관다발 식물이다. 땅에 있는 물과 영양분이 이동하는 통로인 관다발의 집합체가 바로 나무다. 땅 속 뿌리에서 관다발을 통해 줄기를 형성시키고, 다시 줄기의 관다발을 통해 가지를 형성시키고, 또다시 가지에 무성한 잎을 형성시켜 광합성을 하는 구조체인 것이다. 나무가 가지를 뻗는 형태는 마치 번개의 모습과 흡사하다. 나뭇가지 하나하나는 태양 으로부터 오는 빛을 받기에 가장 최적의 형태로 뻗어간다. 이처럼 나무의 각 가지들은 독립적이다. 

메타세쿼이아는 줄기 꼭대기에 있는 우듬지가 아래 가지들을 강하게 통솔한다. 또한 뿌리가 서로 단단히 연결돼 그물망처럼 흙을 움켜잡고 있다. 사진제공 = 우종영 작가 
메타세쿼이아는 줄기 꼭대기에 있는 우듬지가 아래 가지들을 강하게 통솔한다. 또한 뿌리가 서로 단단히 연결돼 그물망처럼 흙을 움켜잡고 있다. 사진 제공 = 우종영 작가 

반면 한 나무의 뿌리들은 다른 나무의 뿌리와 연대한다. 환경이 척박하면 나무들은 뿌리를 통해 수평적 관계를 이룬다. 거센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의 나무들은 뿌리를 서로 단단히 연결시키고 그물망처럼 흙을 움켜잡으며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나무에게도 지능이 있으며 고통을 느끼는 감각기관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저 혼자 자라기를 고집했다면 거센 바람과 눈보라 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뿌리로서 삶을 지탱하고 협동의 미덕으로 서로에게 힘을 주고 있 는 것이다.

서로 가까이 있는 두 나무가 자라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라고 하고, 두 나무의 뿌리가 이어진 것을 ‘연리근’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가지가 독립적으로 뻗어가지만, 가까이 있는 두 나무의 가지가 붙어 종국에는 한 나무로 변하는 희귀 한 경우도 있다.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이어지는 것을 ‘연리지’라고 하는 데, ‘연리지 된’ 가지는 두 번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 

나무는 빛이 디자인하고 바람이 다듬는다. 이 지구에 있는 모든 나무는 각자 유일무이한 모양새를 가진다. 한 그루 나무의 유일무이한 모양새는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나무가 바위 가르는 경이로움
도덕경에는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강하고 굳센 것을 이긴다’라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는 말이 나온다. 집채만한 바위를 갈라내버리는 나무는 유능제강의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 비밀은 바로 뿌리골무 틈새에서 내뿜어지는 부드러운 점액질에 있다. 산성의 이 점액질은 거친 흙을 부드럽게 만들고 주변에 수많은 미생물까지 먹여 살린다. 이 미생물들이 바위를 부식시키는 것이다.  

부드러움이 단담함을 이긴다. 집채만 한 바위를 가르는 비밀은 바로 나무 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점액질에 있다. 사진 제공 = 우종영 작가. 
부드러움이 단담함을 이긴다. 집채만 한 바위를 가르는 비밀은 바로 나무 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점액질에 있다. 사진 제공 = 우종영 작가. 

천년을 살아간다는 주목나무는 보통 700~800년이 지나면 몸속을 전부 비운다. 최소한의 것만 남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몸 안의 빈 공간을 넓히면서 비바람에 지친 동물들의 은신처를 제공해준 다. 주목나무의 이 ‘빈 공간’은 지나치 게 움켜잡고 있기 때문에 곤혹을 치 르고야 마는 인간들을 일깨운다.

전나무는 오로지 위로 곧게 자란다. 그런데 한그루만 있다면 바람에 휘청이기 때문에 곧은 모양새를 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간격으로 무리를 이룸으로써 눈, 바람, 서리 등 각종 풍상을 이겨낸다. 전나무는 강직하게 외대로 자라지만 더불어 살아갈 줄 안다. 보통 곧은 삶은 외로 운 법인데, 곧은 삶이 이토록 빽빽하 게 한곳에 모여있다는 것은 분명 전나무숲이 자아내는 경이로움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나무로부터 배울 수 있다.

이 강좌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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