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연천 장남 통일바라기 축제

고구려 유적 호로고루 둘러싼 수만송이 해바라기
언덕과 꽃밭, 산과 강물 어우러진 환상적 풍광 
고랑포구역사공원과 경순왕릉… 역사 여행도 추천

수만송이의 해바라기와 고구려 유적 호로골 언덕이 어우러진 풍경. 
수만송이의 해바라기와 고구려 유적 호로골 언덕이 어우러진 풍경. 

[고양신문] 고양시에서 멀지 않은 연천 호로고루 유적지 주변에서 연천 장남 통일바라기축제가 열리고 있다. 연천군 장남면 주민들이 주관하는 소박한 지역축제지만, 오랜 역사 이야기를 품은 보루를 수만송이의 화사한 해바라기가 둘러싼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9일 개장한 축제는 해바라기꽃이 고개를 떨구는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

동쪽 잔디광장에서 바라본 호로고루. 
동쪽 잔디광장에서 바라본 호로고루. 

호리병 여울 옆 삼국시대 보루 

연천 하면 꽤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곳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파주시와 마주하고 있는 곳이라 일산호수공원에서 출발해 자유로를 달려가면 5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다.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는 호로고루, 이름이 특이하다. 잠시 역사공부를 해보자. 이곳 임진강 모양이 호리병 모양으로 휘어져 흐른다고 해서 옛부터 이곳을 호리병 여울, 호로하(瓠濾河)이라고 불렀다. 이 호로하는 임진강물이 줄어들 때면 유일하게 배를 타지 않고 강을 건널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바로 아래쪽에 고랑포라는 포구가 발달하고, 호로하가 한눈에 조망되는 강변 언덕에 군사시설인 보루가 지어졌고, 호로하 옆 오래된 보루라는 뜻으로 호로고루(瓠盧古壘, 사적 제467호) 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호로고루 옆을 흐르는 임진강 호로하. 
호로고루 옆을 흐르는 임진강 호로하. 

그렇다면 호로고루는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바로 삼국이 임진강과 한강변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영토 전쟁을 펼치던 5세기에 고구려 군사들이 지었다. 하지만 7세기 이후에는 신라가 차지하면서 현재 호로고루 유적을 보면 고구려가 축조한 성벽과 신라가 보축한 성벽을 함께 볼 수 있는, 역사적으로도 아주 흥미로운 장소다.    

고구려가 축조한 성벽과 신라가 축조한 성벽을 함께 볼 수 있는 호로고루 서벽. 
고구려가 축조한 성벽과 신라가 축조한 성벽을 함께 볼 수 있는 호로고루 서벽. 

감탄이 절로 나는 화사한 풍경

본격적으로 해바라기 축제 현장을 찾아가보자.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한가한 평일 오전에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보았다. 임진강을 따라 이어진 율곡로를 달리다 장남교를 건너면, 바로 연천군 장남면이다. 서울보다 개성이 더 가깝다. 과거에는 민간인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민통선 지역이기도 했다. 

축제 행사장 안내간판을 따라가면 드디어 호로고루 해바라기축제장에 도착한다. 주차장도 아주 넓게 만들어져 있다.  

차를 세워두고 언덕을 올라가니 수만송이의 해바라기가 드넓은 언덕을 가득 메우고 있다. 뒤쪽으로는 호로고루 언덕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배경이 되어준다. 이 풍경을 처음 마주하면 누구나 와~! 하고 저절로 감탄사를 터트리게 될 것 같다. 멋진 풍경이 사진작가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평일 오전시간인데도 커다란 카메라를 둘러멘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곳곳에 마련된 아기자기한 포토존

해바라기만 있는 게 아니다. 해바라기동산 바로 옆에는 가을 정취가 물씬한 코스모스들이 춤을 추고 있다. 노란 해바라기와 울긋불긋한 코스모스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도 정말 멋지다.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곳곳에 마련돼 있는 다양한 포토존을 찾아다니며 인생샷을 남겨보면 어떨까. 배경이 워낙 예쁘다 보니, 누구나 멋진 모델이 될 수 있다.

언덕에서 조망되는 파노라마 경관

이제 호로고루 언덕으로 올라가보자. 보루에는 하얀 화강암으로 만든 돌계단이 놓여있는데, 여기서 드라마 촬영을 했다는 안내간판을 볼 수 있다. 보루 능선에 올라서면 아래와는 또 다른 전경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서쪽방향을 바라보면 해바라기 언덕과 코스모스 언덕, 그리고 너른 잔디밭에 마련된 포토존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노부부, 꽃밭에서 뛰노는 아이들, 화사한 미소를 카메라에 담기에 바쁜 연인들의 모습에서 서로 다른 행복의 표정이 읽힌다. 

호로고루 언덕으로 오르는 화강암 계단.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새를 타고 있다. 
호로고루 언덕으로 오르는 화강암 계단.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새를 타고 있다. 

호로고루 바로 아래로는 유유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임진강 호로하의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나 인공적인 시설들이 거의 없어서 오래도록 바라봐도 지겹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다. 시선을 좀 멀리 바라보면, 파주와 양주의 명산인 감악산, 그리고 주변 경관이 뛰어난 파평산의 모습도 조망된다.  

호로고루 언덕 동쪽은 넓고 평평한 잔디가 펼쳐져 있다. 과거 고구려와 신라의 군사들이 이곳에서 군영을 설치해 생활하며 임진강 호로하를 노리는 적들을 감시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긴장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동북쪽 능선을 바라보면 DMZ를 경계로 마주하고 있는 북한군을 감시하기 위한 최전방 초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온전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만들어내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한걸까. 

임진강 너머로 지는 노을. 
임진강 너머로 지는 노을. 

으뜸으로 손꼽히는 일출·일몰 명소

행사장에는 연천군과 장남면 주민들이 운영하는 지역농산물 판매장도 운영된다. 이왕 호로고루까지 왔으니 주변 관광지 몇 곳을 함께 둘러봐도 좋다. 임진강가의 가장 큰 포구였던 고랑포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고랑포구역사공원,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릉이 가까이에 있고, 현무암 절벽이 펼쳐진 임진강 주변에 전망 좋은 카페도 몇 군데 있다. 

사실 호로고루는 사진작가들이 으뜸으로 손꼽는 일출과 노을 명소이기도 하다. 오래된 옛 언덕위로 솟아오르는 태양, 임진강 너머로 지는 저녁노을의 모습이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일년 중 가장 멋진 해바라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연천 장남 호로고루 해바라기축제. 바로 지금 달려가보기를 강추하지만, 혹시라도 축제 기간을 놓쳤더라도 해가 뜨는 시간에, 또는 해가 지는 시간에 찾아가서 호로고루만의 고유한 정취를 느껴봐도 좋으리라.   

임진강과 파평산 모습. 
임진강과 파평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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