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탄소저장고 맹그로브숲
장항습지 갯물숲도 유사생태계
홍수에 침수된 장항습지 
생태적 회복 기회됐으면

탐방로가 물에 잠긴 장항습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탐방로가 물에 잠긴 장항습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우리나라에는 맹그로브 나무가 없다. 적도 근처의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나 가야지 볼 수 있는 나무다. 대만이나 홍콩, 상하이, 오키나와같이 비교적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한 남쪽 나라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 몬순 기후대에서는 생육하지 않는다. 제주도 곶자왈숲이나 남해안의 상록활엽수가 많은 난대숲도 아열대숲으로 보기도 하지만, 맹그로브숲이야말로 열대와 아열대의 대표적인 바닷가 숲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우리나라에서 맹그로브연구회라니...

자초지종은 이렇다. 올해 말 제14차 람사르총회가 제네바에서 열리 예정이다. 원래 중국 우한에서 열리기로 했던 총회가 코로나 상황에 계속 연기되었다가 우여곡절을 끝에 스위스와 중국에서 동시에 하이브리드로 개최된다. 중국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네바총회장으로 모여서 총회를 진행하므로 우리나라 대표단도 제네바로 가야 한다. 

이번 총회의 핵심의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이탄습지와 맹그로브습지의 중요성이다. 특히 눈여겨보고 있는 습지는 맹그로브습지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 주로 발달하는 맹그로브숲은 육지에서 공급되는 풍부한 유기물을 먹고 사는 기수성 염생식물이다. 맹그로브 나무들은 대부분의 탄소를 지상부에 저장하는 육상나무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탄소를 지하부에 저장한다.

맹그로브 열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맹그로브 열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최근 맹그로브숲은 육상의 숲에 비교해 많게는 10배까지 땅밑에 탄소를 저장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차이점을 생각한다면, 기수탄소는 분명 육지탄소나 바다탄소와는 다르다. 그래서 육지에 저장된 탄소를 녹색탄소(그린카본)라고 하고 바다에 저장된 탄소를 청색탄소(블루카본)라고 하니, 기수역에 발달하는 맹그로브숲의 기수탄소를 청녹색탄소(블루그린카본)라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미 알려진 맹그로브숲이 주는 혜택은 많다. 해안가의 맹그로브숲은 쓰나미 피해를 줄여 준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여 해안 침식과 범람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막아주는 것도 천연방풍숲이 맹그로브숲이다. 게다가 맹그로브숲 아래는 맹그로브 잎이나 열매에서 나오는 유기물을 먹고 살아가는 맹그로브새우들과 맹그로브게들이 살아간다. 그리고 그곳에는 새우와 게를 먹고 살아가는 맹그로브 물고기들이 산다. 이들 모두가 지역주민들의 소득원이다. 이렇게 혜택을 많이 주는 맹그로브숲이 탄소저장고이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숲이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나라에도 없는 맹그로브숲을 연구하고자 하는가. 바로 고양시에 있는 장항습지 때문이다. 장항습지의 선버들숲은 맹그로브숲과 많이 닮았다. 한강하구 기수역 상부, 말하자면 강물이 바닷물과 만나는 초입에 장항습지가 있다. 이곳의 선버들숲은 말똥게와 각시흰새우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고, 70여 종의 물고기들이 갯골을 따라 드나들며 먹이사슬로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 

더군다나 선버들숲은 생산성이 매우 높아 탄소저장량도 맹그로브숲의 삼 분의 일 수준이다. 그래서 필자는 맹그로브 닮은 우리 기수역의 숲습지를 순우리말로 ‘갯물숲’이라고 붙였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생태계가 있는 강의 하구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똑같은 모습을 찾지는 못했다. 이러한 갯물숲이 있어야 할 곳은 대부분 하구둑이나 수중보, 수문, 댐을 쌓아 물속에 잠겨버렸다. 그래도 강과 바다가 열려있는 섬진강이나 탐진강, 임진강 등의 자연 하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니 한국의 맹그로브숲 연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맹그로브숲에 사는 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올여름 큰비로 장항습지가 또 잠겼다. 북한강과 남한강, 서울에 큰비가 내렸고, 팔당댐과 소양강댐이 방류를 시작한 뒤 서해에서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겹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중 물이 가장 높은 백중사리 기간이었으니 잠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갯물숲이 잠겼다가 드러나면 숲은 언뜻 만신창이가 된 듯하다. 온갖 쓰레기와 상흔이 남는다. 유실 지뢰로 인한 위험도 커진다. 그런데도 장항습지는 잠겨야 한다. 잠기지 않아서 생기는 생태적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범람은 온갖 육상식물과 외래종들의 침입, 갯골 막힘과 습지의 건조로 인한 고유생태계의 파괴를 일거에 해결할 좋은 기회다. 그래야만 선버들과 말똥게의 공생 생태계를 다시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꿈꾼다. 한반도의 맹그로브숲을 연구하는 동학들이 많이 생겨나 이런 자연의 신비를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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