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바로세우기시민네트워크, 식민사학 극복 위한 시민강좌 열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대한제국 
실은 일제 맞선 국민전쟁시기

[고양신문] 갑오경장을 ‘갑오왜란’으로, 을미사변을 ‘을미왜란’으로, 아관파천을 ‘아관망명’으로 표현하는 학자가 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식민사학에 점령당했다고 주장하는 동국대 황태연 명예교수다.

황태연 교수는 일본의 식민 지배 35년간 한국인이 억압, 착취, 수탈, 학대당했다는 통념을 정면 부정하는 책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하며 『일제종족주의』라는 책을 주도적으로 집필하기도 했다. 『일제종족주의』는 일본의 역사 논리에 부합하는 학자들을 격렬하게 비판한 책이다. 이러한 책 외에도 황 교수는 『갑오왜란과 아관망명』, 『백성의 나라 대한제국』, 『갑진왜란과 국민전쟁』, 『한국 근대화의 정치사상』 등을 잇따라 출간해 한국근대사 연구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이러한 황태연 교수가 지난 20일 고양을 방문해 덕양구청에서 강연을 펼쳤다. 우리 역사를 바로잡자는 생각으로 뭉친 시민들의 모임인 ‘역사교육바로세우기시민네트워크’(역시넷)가 주최하는 열세 번째 시민강좌였다.

동국대 황태연 명예교수가 20일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식민사학에 점령당했다는 황 교수는 이를 뜯어고치기 위한 강연과 저술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동국대 황태연 명예교수가 20일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식민사학에 점령당했다는 황 교수는 이를 뜯어고치기 위한 강연과 저술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황태연 교수는 이날 ‘대한제국사-갑진왜란에서 카이로 선언까지’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펼치며, 조선왕조적 질서에서 근대사회로 이행하던 과도기였던 ‘대한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대한제국은 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12년 10개월 17일 동안 존속했던 제국으로, 국가의 근대화, 군사력 증강, 경제성장 등 모든 면에서 폭발적 발전이 이루어지던 시기이자 일제에 맞선 피어린 국민전쟁의 시기라고 규정한다.
 
황 교수는 1894년 7월부터 1896년 2월까지 일련의 개화파 관료들에 의해 추진된 조선의 서구화·근대화 개혁운동으로 알려진 갑오경장도 식민사관에 의해 미화됐다고 주장한다. 1894년 일본군은 불법적으로 경복궁을 공격하여 조선의 국왕을 포로로 잡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친일괴뢰내각을 조성한 사건이기 때문에 ‘갑오왜란’이라 불러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1895년 10월 8일 당시 조선 주재 일본 공사인 미우라 고로를 중심으로 한 일본 공권력 집단이 경복궁에 무력으로 침입해 명성황후를 포함한 조선인 궁중 인사들을 집단 살해한 사건인 을미사변 역시 ‘을미왜변’으로 불러야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을미사변’은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일제의 의도대로 모호하게 만드는 호칭이고, ‘을미왜변’은 가해자가 분명히 일본인이었음을 규명해놓은 호칭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종과 왕세자가 조선의 왕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치듯 거처를 옮긴 것으로 기술되는 1896년의 ‘아관파천’을 항일독립투쟁을 위한 ‘국내망명정부’의 수립으로 해석하여 ‘아관망명’으로 재정의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갑오왜란으로 패망한 ‘조선’은 왕후시해에 공분한 백성들의 의병전쟁을 통해 ‘대한제국’으로 부활했다. ‘대한제국’도 일제에 패망했지만 3·1운동과 광복전쟁의 40년 장기항전(1905-1945)을 통해 끝내 ‘대한민국’으로 부활했다. 

황 교수는 ‘일제강점기’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이 시기를 ‘독립전쟁기’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 역사에서 부각되어야 하는 것은 ‘일제강점’이 아니라 우리의 장기항전이어야 하고, 우리민족은 단한순간도 일제의 한국병탄을 승인한 적이 없고 반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함으로써 나라의 주권을 다시 세우고 국내외에서 50년 동안 독립전쟁을 벌려 승리한 점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태연 교수는 고종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식민사관에 의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고종이 러시아 주력군이 한국내로 진공하면 한반도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거국적 ‘국민전쟁’으로 결전을 치를 것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에게 밀명한 이도 사실은 고종이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고종은 ‘유능한’ 왕이라는 것이다.

아사달(본명 김영수) 역사교육바로세우기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코로나 방역으로 3년이나 연기된 황태연 교수님 강연 시간을 어렵사리 만들었다. 대한제국의 역사를 바로 인식하는 것은 지금 우리 인식의 좌표를 바꾸는 일이다. 이번 강의가 되풀이된 자폐적인 국사인식을 깨뜨릴 좋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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