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영 한국빗물협회 회장 특별기고

[고양신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물에 잠겼다. 수도권과 강원도 일부 지역에도 재난에 버금가는 물난리가 났다.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에서만 19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거나 실종됐다. 서울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TV 뉴스에는 실시간으로 수도 서울의 재난 상황을 전하고 있다. 

2010년 광화문 광장이 물에 잠겼고 2012년에는 강남역이 침수되는 상황을 겪은 바 있는 서울시는 당시 철저한 대비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번의 호우로 서울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참사를 겪었다. 그동안 무엇을 대비했고 무엇을 준비했나?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의 폭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역대 최고·최대의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오만한 인류문명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건강한 물순환 체계를 회복해야 한다. 서울시는 전체 면적의 52.84%가 불투수 면적이다.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1962년 불투수 면적률(7.8%)과 비교하면 8배가량 증가했다. 빗물을 투수시키지 못하는 포장 면은 일시에 하수구로 모든 빗물을 집중시킨다. 홍수를 대비해 확장한 하수구도 일시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내리는 빗물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토해낸다. 시내에 떨어진 빗물은 하수관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저지대가 침수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미처 대피하거나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는 저지대 반지하 주택의 시민들이 참사를 겪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물순환 또는 물관리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효과가 있었을까? 가장 선도적으로 추진했던 서울시를 예로 들어보자.

서울시는 2013년, 물순환기본조례를 제정했다. 더 불투수 포장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보도블록뿐만 아니라 8m 이하의 도로에도 투수 포장을 하겠다고 했고, 투수 포장은 그 성능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투수성능지속성검증] 제도까지 도입했다. 일정 기간 투수 성능이 유지되는 제품만 사용하고, 2년마다 그 유지 정도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10여 년간 조례를 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면 도로 여기저기에 물이 고여있고, 빗물은 투수 포장의 표면을 흘러 하수구로 몰리고 있다. 형식적으로만 투수 포장을 해왔고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의 [투수성능지속성검증시험]을 3등급 이상으로 통과한 제품들이 2년 만에 투수성능지속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조사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투수성능지속성검증시험 결과
투수성능지속성검증시험 결과

투수 포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려면 투수 포장 하부에 잡석층을 두어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잡석층 20cm의 공간에 60mm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다. 이렇게 서울시의 불투수 포장면이 투수성 포장으로 제 기능을 수행했다면 서울시는 460만 톤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포장면 아래에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가로 100m, 세로 100m, 깊이 10m의 저수지 46개를 만든 것과 같은 효과다. 

이렇게 저장된 빗물은 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충전하거나 증발하면서 도시의 열섬 현상과 열대야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시의 비점오염원을 처리해 하천과 강의 수질을 깨끗하게 하고 녹조현상을 줄이는 데도 일조할 것이다.

물론, 집중적으로 시간당 100mm 이상의 호우를 투수 포장만으로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지대로 빗물이 흘러내려 침수되는 시간을 지연시켜주고 그사이에 경보 시스템을 발동시켜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환경부가 불투수면적율 25% 이상의 도시에 대해 물수지를 불투수면적율 25%이하의 수준으로 맞추는 것을 정책목표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대형 하수관로 사업이나 유수지를 확보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확대하고 엄격하게 검증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장기적 과제로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스마트그린도시’ 사업을 확대·확산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그린 도시를 통해 도시침수를 예방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 전체를 3D데이터화 한 지도로 작성하고, 빗물이 흘러가는 소 유역을 확정해 각각의 지역에 다양한 LID 시설과 유수지를 확보하고 대비한다면 집중 호우에 대한 최대한의 대비가 가능할 것이다.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센서를 활용해 도시 전체에 떨어지는 빗물의 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물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담수 역량을 고려해 물관리 계획을 세운다면 대규모 홍수의 반복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IoT 기술의 활용만으로도 당장 적용 가능한 시스템이다. 

도시침수의 문제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 편익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 도시가 동일하게 겪는 문제다. 불투수면적이 확대되면서 지하수는 고갈되고, 도시는 점차 뜨거워진다. 지표면에 떨어진 오염원들은 무분별하게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최경영 한국빗물협회 회장

건강한 물순환 체계의 회복이 답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모든 도시의 불투수면적을 대폭 줄이고, 엄격하게 투수성능지속성을 관리하고 스마트하게 도시재해를 예방하자. 반복되는 재해는 더는 재해가 아니다. 앞서 나열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시민들은 앞으로 도시홍수를 ‘인재’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최경영 한국빗물협회 회장(농학·공학박사, 부산대 녹색국토물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세종시 환경분야 도시계획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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