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치매노인 작품 전시회 - 스타필드 고양 작은미술관

스타필드 고양 4층 작은 미술관에서 열린 ‘은빛 소풍전’에 참여한 어르신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양신문] “다른 사람 작품들은 다 멋지네요. 그에 비하면 내가 만든 것은 잘 못 한 것 같아서 속이 좀 상합니다. 그런데 부족하긴 해도 이렇게 전시해놓고 보니 마치 내가 정말 작가가 된 것처럼 신나고 기분이 좋습니다. 센터에서 선생님과 함께 그림 그리고 꽃이랑 눈사람 만들 때는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15일 스타필드 고양 4층 작은 미술관에서 만난 임순임 어르신은 91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피부가 고왔고 지팡이에 약간 의존하기는 했어도 정정한 모습이었다. 더구나 임 어르신은 경증 치매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자신이 만든 작품을 언제 누구와 만들었는지 희미하게나마 기억의 잔상에 떠올리는 듯 연신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임순임 어르신은 자신의 작품앞에서 "내가 마치 착가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여민데이케어센터-헬스브릿지-아트인동산 협업
임순임 어르신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은빛 소풍전’에 전시된 자신과 친구들의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은빛 소풍전’은 경증치매노인을 위한 예술치료를 통해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다. 주·야간 보호센터인 여민데이케어센터의 어르신들에게 헬스브릿지에서 마음치유 프로그램의 하나로 미술치료 활동을 제공했고, 아트인동산과 함께 손잡고 기획해 스타필드 고양 작은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 것.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작품을 통해 어르신들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표현해봤는데, 미술관에서 전시까지 진행하면서 잊었던 기억을 되찾기도 하셔서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전시장을 찾은 가족들도 부모님의 작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치매라는 질환을 잘 견디고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말씀들을 전해오셨어요.” 

이번 작품을 지도했던 정의진 헬스브릿지 강사는 경증 치매 노인들이 인지·언어·정서발달·자기인지 수준에 맞게 다양한 재료와 물질을 다루면서 감각적 경험을 함으로써 어르신들이 작은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높일 수 있도록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첫 관람자는 작가 자신
국내외 작가들의 초대 전시를 지속해서 지원하면서 다양한 공공 미술 전시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아트인동산의 정은하 대표는 “예술의 효용성은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기에 예술 작품 작업의 완성은 전시에 있다”며 “그 과정에서 작가 스스로가 첫 번째 관람자가 되는 경험을 한 치매 어르신들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도 됐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용광 여민데이케어센터장도 “그동안은 센터 내부에서만 활동 전시를 해왔었는데, 이렇게 외부 전문 공간을 활용해 전시회를 여니 치매 어르신들이 자긍심이 높아지면서 무의식중에 스스로 치매를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 보는 내내 감동이었다”고 관람 소감을 전했다.

2019년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받은 배우 김혜자는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로는 행복했습니다’로 시작하는 드라마 속 마지막 내레이션을 읊으며 수상소감을 전해 큰 감동을 주었다. [사진 = 백상예술대상 유튜브 채널 방송화면 캡쳐]

바로 '지금'이 인생의 가장 눈부신 순간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에 부는 달콤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2019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배우 김혜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수상소감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며 감동을 전했다.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이 살아온 그리고 또 앞으로 살아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어느 하루하루 역시 눈부시지 않을 날이 아닐 수 없을 것이라 보였다.

[‘은빛 소풍전’과 경증치매 어르신들의 작품활동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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