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파주 월롱산 철쭉동산

철쭉 10만 주 만개한 꽃나들이 숨은 명소
방치된 군사시설 정비, 화사한 꽃동산으로
삼국시대 월롱산성, 일제강점기 광산 흔적

[고양신문] 두 주 전만 해도 천지사방이 벚꽃이더니, 어느새 공원마다 철쭉이 만개했다. 무리지어 피어나는 철쭉꽃의 기세는 화사하다 못해 맹렬하다. 전국 각지의 철쭉 명소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북적인다는 소식도 이즈음이면 어김없이 들려온다.
하지만 먼 길 나서는 것도 부담되고, 꽃구경인지 사람구경인지 모를 상황도 번거롭다. 그렇다면 멀리 가지 않아도 흥취 가득한 꽃놀이를 한가롭게 즐길 수 있는 곳, 파주 월롱산 철쭉동산을 찾아가보자.   

피크닉 즐기기에 좋은 시민공원 

월롱산은 운정 북쪽, 금촌 서쪽에 자리한 산이다. 일산서구에서 경의로를 타고 달리면 30분이면 닿는다. 비록 229m에 불과한 야트막한 산이지만, 월롱산이 품은 미덕은 한둘이 아니다. 고양에서 가깝고, 누구나 오르기 쉽고, 멋진 전망 포인트가 이어지고,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 황홀한 철쭉경관을 선물해주고, 마지막에는 보너스로 숨겨둔 반전 경치도 보여준다. 가성비가 이만큼 쏠쏠한 산도 흔치 않다. 

배수지 위에 조성된 월롱시민공원. 야외 피크닉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배수지 위에 조성된 월롱시민공원. 야외 피크닉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승용차로 찾아가려면 내비게이션에 ‘월롱산’을 치지 말고 ‘월롱시민공원’을 쳐야 한다. 그러면 월롱산 중턱 배수지에 조성된 쾌적한 피크닉공원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월롱시민공원은 산행의 출발지로는 여러모로 최적이다. 산자락을 배경으로 두른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정자와 벤치, 화장실도 잘 정비돼 있으며 주차비도 무료다. 돗자리와 먹거리를 챙겨와 여유로운 야외 피크닉을 즐기다가 산행을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한 가지 유의사항은 주차장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된다는 점. 하산 시간이 늦어질 것 같으면 시민공원에서 멀지 않은 용상사 공터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방법도 있다. 

월롱시민공원에서 시작되는 등산로 입구. 주차장 개방시간을 안내해놓았다. 
월롱시민공원에서 시작되는 등산로 입구. 주차장 개방시간을 안내해놓았다. 

능선길 곳곳에서 만나는 탁 트인 전망벤치 

시민공원 우측으로 난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월롱산 정상까지는 1.8km, 한달음에 오르면 30~40분이면 충분하다. 맨 처음 10분 정도만 조금 가파른 오르막이고, 이후로는 완만하고 여유로운 능선길이다. 특히 멋진 자태로 비틀린 소나무들과 지층을 뚫고 솟은 듯한 바위절벽이 어우러진 곳마다 벤치가 놓여 있는데, 그곳에 앉으면 어김없이 눈앞에 탁 트인 조망이 펼쳐진다.  

가까이 월롱면 용상리 마을부터 시작해 금촌과 운정이 보이고, 그 너머 고봉산 자락을 기준점 삼아 일산신도시 아파트숲이 펼쳐져 있다. 발 아래로는 방금 전 차를 세워두고 온 시민공원과 주차장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상쾌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봄이 찾아온 한가로운 파주 들녘을 바라보노라면 세상만사가 느긋해진다. 중간중간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도 잘 정비돼 있다.  

시야가 탁 트인 포인트마다 자리한 전망 벤치. 맑은 날에는 북한산의 실루엣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탁 트인 포인트마다 자리한 전망 벤치. 맑은 날에는 북한산의 실루엣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부 주변에 만개한 철쭉군락 

전망 벤치를 서너 개 지나면 넓은 개활지가 나타나고, 드디어 이번 나들이의 하이라이트 철쭉동산이 시작된다. 철쭉동산은 몇 개의 구역으로 나뉘는데, 양지바른 곳과 그늘진 곳의 만개 시기가 조금 다른 듯하다. 가장 먼저 만난 철쭉풍경은 아직 50%만 개화한 상태였는데, 정상부에 가까울수록 꽃밭의 농도가 짙어진다. 분홍색과 주홍색, 군데군데 자주색과 하얀색도 섞인 철쭉군락이 연둣빛 새 잎사귀를 틔운 나무들과 어우러진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월롱산 정상부에 철쭉동산이 조성된 지는 불과 4~5년밖에 되지 않았다. 원래는 수십 년 전 만들어진 군 진지와 야외훈련장, 헬기장 등이 이 일대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2016년부터 파주시와 월롱면 주민들, 그리고 군 장병들이 방치된 군 진지 폐타이어 1만여 개를 치워버리고 ‘명품 월롱산 가꾸기 프로젝트’를 펼쳐 지금까지 10만 주가 넘는 철쭉을 식재해 철쭉동산이 만들어졌다.

그런 까닭에 지금도 철쭉동산 곳곳에는 차량은폐진지, 군사도로, 운동장 등 군사시설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그 나름대로 특색 있는 풍광의 일부로 녹아든 느낌이다. 특히 지난해엔 보지 못했던 액자형 포토존도 새롭게 눈에 띄고, 철쭉동산 산책로에 깔끔한 야자매트도 깔렸다.   

철쭉동산 포토존. 
철쭉동산 포토존. 

역사 상처 걷어내고 평화로운 쉼터로

월롱산에는 두 개의 정상석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 있다. ‘월롱산 229m’라고 표기된 첫 번째 정상석은 월롱면주민자치위원회가 세웠고 ‘월롱산 218.5’라고 적힌 두 번째 정상석은 ‘파주수요산악회’가 세웠다. 사실을 말하자면, 전망은 뒤쪽이 더 좋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높이를, 산악회는 경치를 사이좋게 나눠 가진 셈이다.

정상 부근에서는 북쪽의 임진강을 비롯해 파주 일대가 잘 조망된다. 때문에 이곳에는 삼국시대 백제가 쌓은 월롱산성(月籠山城)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최근 경기도박물관의 학술조사에 의해 임진강과 한강 하구를 통제하던 군사시설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월롱면주민자치위원회가 세운 월롱산 제1정상석. 
월롱면주민자치위원회가 세운 월롱산 제1정상석. 

서두에 살짝 언급한 월롱산의 보너스는 바로 두 번째 정상석 바로 옆에 펼쳐진, 급격하게 절개된 바위절벽 풍경이다. 완만하게만 이어졌던 월롱산이 갑자기 험악한 표정을 드러내는 느낌이라, 가벼운 고소공포증이 있는 기자는 몇 발짝 떨어져 내려다보는데도 오금이 저려온다. 일제강점기 때 이곳에서 광석을 채취하며 만들어진 흔적이란다. 같은 풍경 앞에서 어떤 이는 흉물스럽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파주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어느쪽 말이 맞는지는 직접 가서 판단해 보자.

아득한 고대로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일제강점기에는 광산으로, 분단 이후에는 대규모 군 진지로 기능했던 이 야트막한 산은 상처의 흔적들을 조금씩 걷어내며 비로소 꽃향기 가득한 얼굴로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산행 출발점 : 월롱시민공원(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 주차장 개방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제2정상석 바로 옆 낭떠러지 모습. 일제강점기 광석을 채굴했던 흔적이 독특한 풍경으로 남았다.  
제2정상석 바로 옆 낭떠러지 모습. 일제강점기 광석을 채굴했던 흔적이 독특한 풍경으로 남았다.  
철쭉동산 부근의 넓은 쉼터. 군부대 운동장이 자리했던 곳이다. 
철쭉동산 부근의 넓은 쉼터. 군부대 운동장이 자리했던 곳이다. 
제1정상석과 제2정상석을 이어주는 산책로.
제1정상석과 제2정상석을 이어주는 산책로.
대규모 군 진지와 엄페시설을 연결했던 군사도로 주변도 아름다운 꽃길이 됐다. 
대규모 군 진지와 엄페시설을 연결했던 군사도로 주변도 아름다운 꽃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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