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믿고 추진하는 단지 늘었는데, 인수위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

공약 믿고 추진 단지 늘었는데
인수위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
재건축 규제 완화만 치중했을 때 
이주수요 폭증·전세 대란 예고 
투자목적으로 시장 과열될 우려도
  

 [고양신문]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은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는 지난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언급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선 전부터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으로 기대감을 잔뜩 불어넣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을 앞두고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실망의 분위기가 번져가고 있다. 

공약을 믿고 재건축 추진에 나선 일산 아파트 단지는 일산신도시 전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주엽동의 강선7단지, 문촌17단지, 일산동의 후곡8단지 등 단독으로 추진하는 단지뿐만 아니라 백석동 백송 6·7·8·9단지, 마두동 백마 1·2단지, 강촌 1·2단지 등 통합 재건축 추진을 검토 중인 곳도 나타나고 있다.  

인수위의 이같은 언급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만 ‘말 바꾸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재건축 추진을 검토하는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중장기 국정과제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대선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취임하기도 전에 벌써 말을 바꾸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리모델링을 선택하고 추진 중인 강선14, 문촌16 단지가 현명한 듯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기대감을 가지고 재건축 추진에 나선 일산 아파트 단지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일산동 후곡8단지도 플래카드를 내걸고 추진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기대감을 가지고 재건축 추진에 나선 일산 아파트 단지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일산동 후곡8단지도 플래카드를 내걸고 추진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에 열을 올렸다. 민주당 이재준 고양시장 예비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도시 재건축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넘기려 한다면 이제 일산을 비롯한 신도시 주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옳다”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민주당 김영환 고양시장 예비후보도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폐기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재건축 규제 완화의 대표적인 공약인 ‘준공 30년 단지의 정밀안전진단 폐지 공약’도 인수위가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재건축 추진 주민들의 실망은 더했다. 이러한 반응에 놀란 인수위 측은 다음날인 26일 “재건축 관련 공약 폐기는 검토한 바가 없다”며 논란을 일축하려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해명을 놓고 “일산 등의 1기 신도시가 아니라 강남과 목동 등의 재건축을 우선 추진하겠다”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동안 재건축은 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강한 규제를 받기 때문이었다.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안전진단 등급 A~E등급 중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한다. 정비업계에서는 D등급을 ‘붕괴의 위험이 있어야 나오는 등급’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준공 30년 단지의 정밀안전진단 폐지 공약’은 1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는데 최적의 공약이었다. 2026년이면 일신신도시 134개 단지, 6만3100가구는 모두 준공한 지 30년이 경과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보완책 없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만 치중한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예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순위에 따른 정책의 완급 조율이 없으면 동시다발적인 재건축은 부동산 시장에 큰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에 따른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은 이주와 철거에 따른 이주대란을 맞게 되고, 사업기간 동안 이주수요가 커지면서 전세대란 등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건축은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효과로 시장을 안정화시키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사업기간 동안 오르는 시세차익에다 사업 완료 후 얻는 분양수익이 크다고 인식되면 실수요보다는 투자 목적이 많이 개입되는 게 재건축 시장이다.

재건축 추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한 주민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역세권 민간 재건축 용적률 500%로 상향 조정,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같은 공약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선심성 공약인지 알 수 있다. 일산의 단 한 곳도 정비구역 지정조차 되지 않았는데도 막연히 재건축으로 새 아파트를 신축하고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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