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과 도시환경이 충돌하기 전에, 공공이 나서야

부동산 공약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민감하게 건드린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에서도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후보들은 그들 나름대로 지역의 부동산 민심에 호응하는 공약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대선을 치루면서 부동산 공약의 방향성이 큰 틀에서 잡혔다 하더라도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대선공약으로 제시됐지만 지역에 따라 실현가능성이 떨어져 폐기해야 하는 공약도 있고 수정해서 적용해야 하는 공약도 있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부동산 공약이 지역 실정에 따라 더욱 세밀하게 가다듬어져서 차별화 되어야하는 이유다. 

부동산 이슈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양시에서 떠오르는 대표적 이슈는 아무래도 아파트 노후화에 따른 대응책이다. 일산신도시 아파트는 2026년이면 모두 30년 이상이 되고 화정·행신·중산·탄현 등도 30년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고양시는 리모델링, 재건축, 재개발 등 어떤 방식으로든 아파트 노후화를 ‘도시문제 차원’에서 접근해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양시에서는 재건축보다는 상대적으로 리모델링에 의해 아파트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재건축 가능성이 완전히 없지는 않다. 

이러한 고양시 실정에서 아파트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유재산과 직접적 연관이 있기 때문에 선심성 공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한 것도 리모델링·재건축 공약이다.
 
지난 호에서 저층 주거지 노후화 문제를 다뤘다면 이번 호에서는 일정 층수 이상 아파트의 노후화에 대응하는 리모델링·재건축 문제를 짚어본다. 선심성 공약으로 흐르지 않고 공익적 차원에서 리모델링·재건축 공약이 유효하려면 후보들은 어떤 점을 고려해서 공약을 내놓아야 하는지 살펴본다.  


리모델링·재건축은 두개 측면을 가진다. 공익적 차원에서는 앞으로 심화될 아파트 노후화 해결책으로 쓰임새가 있고, 사익적 차원에서는 재산가치를 상승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사익적 차원에서 아파트 주민들의 리모델링으로 품는 기대감은 크게 두 가지다. 리모델링 추진과정부터 준공 이후까지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얻는 시세차익, 그리고 증가한 세대수만큼 일반분양을 해서 얻는 분양수익이다. 물론 한층 개선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개별 아파트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가장 큰 동력은 재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대선을 치루면서 더욱 증폭해 있는 상태에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용적률 500% 완화’ 등 리모델링·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공약을 내걸었을 뿐만 아니라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특별법 제정’도 약속했다. 여기에다 1기 신도시를 품은 5개 지자체(고양·성남·부천·안양·군포)는 ‘노후 1기 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한 후 정부와 정치권에 아파트 노후화에 대한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말하자면 리모델링·재건축 추진은 속도의 문제일 뿐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의 리모델링·재건축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을 후보는 없을 것이다. 다만 고양시 지역실정을 고려하고 공공적으로 접근해야만, 현실가능성 있고 구체화된 리모델링·재건축 공약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양시 지역실정을 고려하고 공공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고양시 리모델링 수요 도내 최고수준  
총량과 시기, 계획적으로 조정돼야 

고양시가 2018년 수립한 ‘고양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서는 리모델링 수요를 예측했다. 주택법상 리모델링 대상은 ‘15년 이상 경과’ 공동주택 아파트 단지다. 2025년까지 15년 이상 경과되는 460개 단지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수요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비교적 최근에 건축된 경과년도 10년 이내인 ‘유지·관리형 리모델링’ 대상 단지는 51개 단지였다. 또한 경과년도 10년 이후지만 수선 수준에 머무는 ‘맞춤형 리모델링’ 대상 단지는 394개 단지로 예측했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리모델링 사업 대상으로 여기고 수평·수직·별동 증축이 가능한 ‘세대수 증가형’ 대상 단지는 15개 단지로 예측했다. 이 15개 단지에서 증가시킬 수 있는 세대수는 1198세대로 한정했다. 주택법은 리모델링에 의한 세대수증가 범위를 기존 세대수의 15%까지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이러한 수요 예측은 수정을 요한다. 실제로 고양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서도 리모델링 수요가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작년 2월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단지 선정 공모’에 17개 지자체에서 111개 아파트 단지가 신청했는데, 이 중에서 고양시에서 신청한 단지는 27개 단지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았다. 

고양시는 이러한 리모델링 수요를 한꺼번에 충족하기 위해 사업을 일시에 추진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지원 역량이 분산될 수 있고 주택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양시는 리모델링 총량과 시기를 계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리모델링 수요가 있는 아파트 단지 중에서 시급성과 추진가능성이 있는 단지부터 사업을 허가하고 지원해야 한다. 시급성과 추진가능성 판단 기준으로는 노후도, 주민참여율, 장기수선 충담금 등 단지별 적립수준, 거래시세, 증가 세대수, 교통 등 입지여건을 고려할 수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올해 4월 착수 예정인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 용역에서 리모델링 수요조사를 다시 실시할 예정”이라며 “향후 용역결과를 근거로 수요 증가에 따른 기반시설과 확충 문제, 용적률 상향 시 나타나는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 또한 향후 고양시에서 일어날 리모델링 사업총량과 진행시기에 대한 계획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용적률에 의존하는 리모델링
예전 지구단위계획 수정 필요 

그동안 공동주택 노후화에 대한 재정비 방식은 철거 후 신축 중심의 재건축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재건축 방식이 낳는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사회적 반감도 생겼다. 대표적 부작용으로는 주민 재정착률이 낮고 찬반 주민간의 갈등이 생기고 사업이 장기화 된다는 점 등이다.

반면 기존 철골구조를 살리는 선에서 증축하는 리모델링은 주민 재정착률이 높고 사업진행 속도가 재건축에 비해 빠르다. 실제로 고양시 주민들은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선호하고 있다. 고양시가 2018년 28개 아파트단지 9521세대를 대상으로 선호하는 사업방식조사 결과, 많은 주민들이 재건축(26.7%)보다 리모델링 (59.2%)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재건축에 비해 낮다는 단점이 있다. 그나마 리모델링의 사업성은 용적률에 크게 의존한다. 고양시는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고양시 도시계획조례’를 바꿔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경우 230%→250%,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경우 250%→300%, 준주거지역의 경우 380%→500%로 용적률 완화를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고양시 도시계획조례를 바꿨다 하더라도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각 구역별로 정해진 용적률 지침규정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별 지구단위계획을 하나하나 수정해야 한다. 

일산·화정·행신·중산·탄현 등 고양시의 각 구도심은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지구단위계획’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 노후화를 해결하기 위해 리모델링이 떠오르고 있지만,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용적률 등 낡은 지구단위계획 지첨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일산·화정·행신·중산·탄현 등 고양시의 각 구도심은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지구단위계획’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 노후화를 해결하기 위해 리모델링이 떠오르고 있지만,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용적률 등 낡은 지구단위계획 지첨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최근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인가를 신청한 문촌16단지, 강선14단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고양시 도시계획조례상 250%까지 용적률을 완화할 수 있다. 두 단지는 상한선인 250%까지 용적률에 맞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고양시는 조합 인가를 늦추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상 용적률을 초과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다. 두 단지의 지구단위계획 지침상 용적률은 185%로 제한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조례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지구단위계획 지침 상으로는 당장에 250% 용적률을 허용할 수 없다. 이 두 개 단지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4월말이나 5월초에 지구단위계획 지침을 바꿀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부분 단지, 현 지구단위계획상 
용적률 200% 이하로 제한   

일산신도시를 비롯한 고양시 대부분의 아파트 용적률은 130~200%의 저·중밀도로 계획된 30년 전 지구단위계획에 맞춰져 있다. 2025년까지 15년이 경과하는 고양시 460개 단지 중 용적률 250%미만인 단지가 80.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그래프 참조>. 

 

460개 단지의 평균 용적률은 194.5%에 불과하다. 용적률이 가장 낮은 생활권은 일산동부권으로 176.7%이며, 가장 높은 단지는 덕양북부권으로 226.0%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에서 2025년까지 15년이 경과해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동시에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있는 단지는 총 278개 단지다. 이 중에서 215개 단지는 지구단위계획 용적률 지침 규정이 200% 이하로만 지을 수 있다. 여기에는 일산신도시 134개 단지, 화정지구 21개단지, 행신2지구 11개 단지, 풍식사지구 2개 단지, 벽제1지구 1개 단지, 중산지구 13개 단지, 일산2지구 7개 단지, 풍동지구 14개 단지, 대화지구 12개 단지가 포함된다. 이들 단지는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도저히 리모델링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기준으로 용적률 200% 초과해 지을 수 있는 단지는 성사지구 8개 단지, 행신지구 18개 단지, 능곡지구 15개 단지, 식사지구 6개 단지, 탄현지구 16개 단지 등 63개 단지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용적률 250%이하로만 사업이 가능하다.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양시 지구단위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2년을 훌쩍 넘긴다. 고양시는 ‘고양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용역’을 이르면 올해 6월부터 24년 12월까지 2년 반 가까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용역비 14억원을 올해 제1회 추경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세대수 늘면 기반시설 수요 증가 
공공이 개입해 역할 정립 해야   

지역별 지구단위계획을 모두 재정비해 용적률 상향 적용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있다. 리모델링 사업에서 개별 단지의 사업성에 치우치다보면 일조권 등 주거환경이 나빠질 수 있고, 도로, 상·하수도, 공원, 학교 등 기반시설용량과 같은 도시 인프라 부족 문제를 낳는다. 용적률 상향으로 증가한 세대수만큼 도시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확충하기 위한 예산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공공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리모델링 사업은 개별 단지 차원에서는 용적률 상한에 따른 사업성 확보가 중요하지만, 도시 전체 차원에서는 스카이라인, 기반시설 변경을 통해 도시를 재구조화하는 문제다. 

따라서 고양시는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공익적 차원에서 사업추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가칭)고양리모델링센터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는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민간건설사들이 밀착해 있다. 조합설립 전 추진위단계부터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건설사들은 공익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기업이윤 때문에 무시하거나 왜곡한 데이터를 주민에게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양시는 공공적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분명한 역할 정립이 이뤄져야 한다. 고양시 한 도시재생 전문가는 “공공적 차원에서 리모델링이 기존 기반시설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기반시설용량이 얼마나 더 필요하고 부족분을 확충하기 위한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지는 등 정확한 데이터 주민들에게 알려 잘못된 정보를 차단해야 한다. 또한 개별 추가분담금 산정 이후 리모델링 사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추가분담금이 예상보다 많았을 때 사업성 높은 재건축으로 전환하자는 반응이 주민들로부터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고양시의 기존 도시인프라 상태는 재건축을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시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비용이 고양시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리모델링이 우세하지만 고양시에서 재건축 움직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 6·7·8·9단지에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소유주 모임이 있었고, 인접한 마두동 백마 1·2단지, 강촌 1·2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재건축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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