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별 인터뷰 김중배 뉴스타파 함께재단 이사장 

[고양신문] 언론개혁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김중배. 1957년 한국일보 기자로 첫 발을 들인 뒤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한겨레와 MBC 대표이사까지 신문과 방송을 넘나들며 언론계 전반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특히 90년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맡은 이듬해 ‘자본의 언론통제’에 항거하며 사표를 낸 뒤 참여연대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광장 대표 등을 맡으며 시민운동과 언론개혁운동에 앞장서왔다. 한편으로는 일산신도시 입주 1세대로서 30년 가까이 거주 중인 고양시민이기도 하다.
언론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더없이 추락하고 있는 요즘, 창간32주년을 맞이한 고양신문 방향을 묻기 위해 김중배 현 뉴스타파 함께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 창간 32주년을 맞아서 오늘날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특히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사실 언론이라는 용어가 너무 제도권적인 느낌을 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이런 것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잖아요.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언론은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과제일 것 같아요. 좀 더 범위를 넓힌다면 제가 오래 전부터 고민했던 것이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헌법도 고치고 대통령도 다시 뽑고 그렇게 해왔잖아요. 그런데 우리 실상을 보면 정말 민주화되었는가 되묻곤 해요. 현관 앞에서 민주주의가 멈추고, 직장 앞에서 민주주의가 멈추고. 이래서야 아무리 좋은 헌법, 좋은 대통령을 뽑는다고 해서 세상이 나아진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삶속, 문화 속에 녹아든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고 거기에 지역언론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언론의 역할이 결국 민주주의의 확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하면 보통 기자들의 자유로 이야기하곤 하는데 사실 그런 게 아니에요.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이유에서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 하는 것인데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가 많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왜 민주주의를 해야 하는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함 아니겠어요? 다들 혼자만 살아간다고 하면 민주주의가 필요 없어요.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반드시 필요한 거죠.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고양시가 짧은 시간 안에 100만 인구가 돌파해서 이제 특례시가 됐다고 하는데… 물론 축하할 일이죠. 그렇지만 정말로 자랑스러운 도시가 되려면 이곳에 사는 시민들이 정말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서로 호혜적 관계를 맺는 생활 속 민주주의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말씀처럼 고양신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다양한 지역 언론들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어요. 이들이 ‘바른지역언론연대’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함께 협력하고 고민도 나누고 있습니다.  

바른지역언론연대라고 하셨는데… 요즘 젊은층이나 여러 사람들이 ‘공정’이라는 단어를 가지고도 서로 전혀 다른 개념으로 쓰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어떤 척도에서 ‘바른’ 것인가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 기준으로는 서로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서로 협의할 수 있는 공통의 감각과 공통의 룰, 이런 것들을 만드는 것이 절실한데 그 중심에 우리 지역 언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주 민언련과도 인연이 있어서 몇 번씩 초대받아서 내려가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지역의제를 갖고 함께 연대해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더군요. 이러한 실질적이고 생활밀착적인 언론소통 행위의 축적이 조금 더딜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를 튼실한 민주사회로 다져나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저는.

지나친 진영논리가 신뢰를 무너뜨리는 기제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진영논리를 언론이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오늘날의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포스트 트러스트 즉 ‘탈진실’ 사회인 것 같아요. 진실을 배반해도 무방하다는 흐름과 그것이 용인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팽배해있다고 봅니다. 한국언론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이게 비단 한국 언론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면 진영논리가 극심하긴 하죠. 그런데 진영논리를 구성하는 요인도 함께 봐야 한다고 봅니다. 학벌, 지연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난 30년간 진행되어 온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 질서의 고착화가 사람들의 의식을 많이 변화시켜버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난번 어떤 모임에서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내용이 뭐냐면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삼투한 의식, 경쟁, 물신주의에 대한 숭배 등이 우리의 가치의 근간을 뒤흔들었고 그래서 정체성이 많이 달라졌다는 내용이에요. 이런 것들이 문제의 밑바탕에 많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처럼 광고로 대변되는 자본의 압력 또한 언론개혁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인 것 같습니다. 

제가 오래 전에 언론개혁시민연대라는 단체를 결성했을 때 문제의식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소위 언론에 있는 사람들만의 운동만으로는 언론개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30여 개 사회단체들과 함께 연대했던 것이죠. 이렇게 우리가 연대해서 제반 사회세력이 힘을 합치면 언론개혁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발상을 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오히려 사태가 악화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결과 중 하나가 이번에 터진 ABC 신문부수조작 사태인 거죠. 쉽게 말해서 언론이 이제는 광고로 경영을 한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광고주인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거기에 신자유주의 흐름이 고착화되다보니 이러한 질서가 굉장히 무너뜨릴 수 없는 것처럼 견고하게 고착화된 게 현실이죠. 우리 언론들이 권력감시라고 하면 정부권력만 말하지만 정작 가장 큰 권력인 자본에 대해서는 한없이 유약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 자발적 복종을 하는 그런 풍토에 들어가 있다고 봅니다. 
이걸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다고 봐요. 매우 지난한 작업이 필요한데 그래서 제가 일관되게 말씀드리는 것은 우리생활, 우리 삶 자체, 이를 결정하는 우리 생각, 의식,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가 말하는 언론개혁의 희망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창간 32주년을 맞는 우리 고양신문 같은 언론이 지역사회에서 시민 친화적인 매체로서 바른 소통광장을 만들고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평생 언론인으로 사셨고 보기 드물게 권력이나 명예, 돈을 좇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오셨잖아요.

그건 무능해서 그래요. 무능해서 (웃음)

 언론인으로 살아오시면서 보람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제가 57년에 한국일보에 견습기자로 처음 입사했었어요. 당시 시험을 봐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은행, 석탄공장, 한전 이런 정도였는데 마침 한국일보가 1년에 2번씩 공채를 하던 때라서 운 좋게 나 같은 사람도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입사하다보니 ‘아,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보다’ 했던 거죠. 뭐 천직이 기자이고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얼마 전 기자협회에서 ‘기자의 혼’이라는 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런 게 있긴 했나 싶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저는 소위 언론인이라는 표현이 지니는 일종의 폐쇄성에 대해 전부터 거부반응을 갖고 있어요. 사람들 모두 다 말하는 인간, 소통하는 인간 아니겠어요? 그래서 고양신문 같은 풀뿌리 언론이 우리 시민들을 모두 언론인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봐요. 이제는 SNS라는 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언론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데 이러한 흐름을 좀 더 넓혀낼 수 있는 방안을 없을까 항상 고민이죠. 

 반대로 후회되는 부분은 없는지.

뭐, 여기서 일일이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마땅히 인쇄되어야 할 뉴스가 인쇄되지 못했던 게 가장 한스럽죠. 언론의 역할이 불이 나면 불이 났다고 하고 강도가 들어왔으면 강도가 들어왔다고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불이 나도 비가 온다고 하고 도둑이 들어왔는데 수호천사가 들어오셨다 이렇게 해야 하는, 그런 통한 속에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외침을 막기 위해 군사독재정부가 밀실에서 폭행하고 고문하고 학살하는 뼈아픈 역사를 거쳐 왔잖아요. 내가 비록 한 사람의 언론인에 불과했지만 왜 저런 일을 막지 못했을까. 주제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래요.
 
▍ 기자가 가슴에 품어야 할 원칙이나 항상 되새겨야 할 것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하나로 딱 잘라서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기자라는 직업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건 맞아요. 하지만 변호사나 회계사나 세무사 이런 직종과는 달리 라이센스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업종이라고 생각해요. 기자는 소위 면허증 같은 게 있어서는 안 돼요. 왜 이런 말을 하느냐하면 표현의 자유는 특정 직업군에게만 해당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누군가에게만 자격증을 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반언론적이고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경험으로 말씀드린다면 물론 기자의 전문성은 필요해요. 그렇지만 그걸 가지고 프로페셔널이라고 한정해야하는가, 그래서 논쟁이 계속되지 않습니까. 또 어딘가에는 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붙이던데 그렇다면 다른 기자들은 전문적이지 않다는 건가요? 전 잘 모르겠어요. 대신 기자가 지녀야 할 자질이라고 한다면 수전 손택이 이야기했던 ‘타인의 고통’. 그것에 대해 정직해야죠. 세월호 참사를 돌이켜보면 당시 부모들의 아픔을 내가 아무리 깊게 공감한다고 해도 통감하겠어요? 그래도 그 작은 것까지 인식하려고 하는 공감능력. 물론 아픔만이 아니라 기쁨도 함께 공감해야죠. 

 마지막으로 창간32주년을 맞는 고양신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요즘 젊은 노동자들이 날마다 죽어가는 뉴스들이 나오잖아요. 대부분 이런 사건들을 외면하지만 그래도 일부 언론들은 열심히 보도해요. 그래서 언론이라는 게 이런 효용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자극시켰으면 좋겠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불이 났으면 불이 났다고 해야 하는 게 언론이에요. 물론 그런다고 그 불이 꺼지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외침마저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언론의 사명이 있다고 생각해요. 막스 베버가 말했던 소명, 역사의 부름, 사회의 부름, 동시대인의 부름 거기에 응답하는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덧붙이자면 요즘 AI기술이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가 관심사잖아요.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더불어 살기 위한 레퍼런스를 어떻게 만들고 룰을 어떻게 만들고 공감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인 것 같아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대전환,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가 도래한 거죠. 이러한 흐름속에서 다소 뒤쳐지는 시민들도 서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좋은 신문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이영아 발행인
정리 남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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