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삼송 택지개발로 본
LH개발사업의 문제점

15년간 25차례 개발계획 변경
주택 60%, 인구 51% 증가
오피스텔만 우후죽순 지어놓고
공원·도서관 등 인프라 외면

LH 개발이익 3615억원 증가
계획인구 증가 따른 요구 묵살
향후 공공개발 대응 고민해야

[고양신문] 고양시는 정부의 택지개발사업으로 성장한 대표 도시다. LH가 시행한 공공개발사업의 시작은 1기 신도시인 일산신도시부터다. 정부는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574만㎡ 규모의 일산신도시를 건설했고, 최근까지도 일산신도시를 포함, 고양시 곳곳에서 3764만㎡에 달하는 공공택지개발사업이 LH 주도로 진행됐다. 가장 최근에 완성된 LH택지개발은 삼송지구다. 일산신도시의 약 3분의 1 수준인 509만㎡ 규모로 건설된 삼송지구는 최초 2006년 승인돼 2019년 12월까지 14년간 사업이 진행됐다. 삼송 개발은 창릉 3기신도시를 제외하고는 일산신도시 이후 고양시 최대 규모의 택지개발이었다.    

이렇듯 LH택지개발로 성장한 고양시. 하지만 사업이 이뤄진 고양시 입장에선 불합리한 측면도 상당히 존재한다. 고양시민을 위한 사업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서울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이 진행되면서, 고양시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큰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지의 용도변경 등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지자체의 의견이 묵살되면서 지자체의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미완의 도시를 완성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는 재정·행정적 부담을 떠안게 마련이다. 이외에도 LH택지개발의 문제점은 다양하다.

최근 공개된 고양시정연구원의 연구보고서인 ‘공공개발사업 계획이익의 합리적 공유 방향 연구’(연구책임자 김리영)를 기반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삼송지구와 같은 공공택지개발은 사업시행자인 LH가 토지를 일괄 매수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대량의 택지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업시행자의 전면적인 토지 소유권 확보로 민간개발보다는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토지이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계점도 있다.

LH가 시행하는 100만㎡ 이상 택지개발지구는 국토부장관이 직접 지정하고 승인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각 지자체의 여건과 실정을 반영하는 택지개발수립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고양 삼송지구를 살펴보면 사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삼송지구는 2006년 개발계획이 승인된 이후 사업이 완료된 2019년까지 개발계획변경 총 25차, 실시계획변경 총 24차에 걸쳐 택지개발계획이 수정됐다.

수정된 계획에 따라 주택수는 9745호가 더 늘었고(1만6196호→2만5941호), 인구는 2만2541명이 증가했다(4만3741명→6만6272명). 최초의 계획에서 변화된 주택수와 인구는 당초보다 각각 60.2%와 51.5%가 증가했는데, 이유는 단독주택을 줄이고 아파트와 주상복합을 늘렸기 때문이다. 사업변경으로 인구밀도는 당초 1㏊당 86명에서 44명 많은 130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 삼송역 인근 상업용지에 49층 높이로 지어진 ‘주거용 오피스텔’. 그 바로 뒤 주상복합용지에는 41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다. 삼송택지지구는 사업 초기인 2006년에는 인구 과밀을 유발하는 주상복합용지가 하나도 없었지만 부지 용도변경을 통해 점차 주상복합용지를 늘려나갔고, 결과적으로는 인구 과밀화를 부추겼다. 또한 삼송택지지구 곳곳에 만들어진 주거용 오피스텔의 거주인구는 총 2만5000명으로 추정되는데, 오피스텔의 경우 법률상 계획인구에 반영되지 않아 기반시설 부족을 불러온다. 기반시설 미비는 입주민 불편과 지자체의 재정·행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삼송역 인근 상업용지에 49층 높이로 지어진 ‘주거용 오피스텔’. 그 바로 뒤 주상복합용지에는 41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다. 삼송택지지구는 사업 초기인 2006년에는 인구 과밀을 유발하는 주상복합용지가 하나도 없었지만 부지 용도변경을 통해 점차 주상복합용지를 늘려나갔고, 결과적으로는 인구 과밀화를 부추겼다. 또한 삼송택지지구 곳곳에 만들어진 주거용 오피스텔의 거주인구는 총 2만5000명으로 추정되는데, 오피스텔의 경우 법률상 계획인구에 반영되지 않아 기반시설 부족을 불러온다. 기반시설 미비는 입주민 불편과 지자체의 재정·행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인구 늘리면서 공원·광장은 줄여

이렇게 세대수와 계획인구가 급증하면서 학교와 교통인프라 부족 등 각종 부작용이 예상되는 방향으로 꾸준히 사업이 변경됐는데, 인구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저밀도에서 고밀도로 주거지의 용도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용지변경 사례를 살펴보면 2016년 실시계획변경으로 기존 단독주택용지는 66만㎡에서 45만㎡로 감소했고, 주상복합용지는 1만3000㎡에서 4만2000㎡로 증가했다.

삼송지구에선 주상복합용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 최초 계획에는 주상복합용지는 있지도 않았다가 용도변경을 통해 신설됐다. 원래는 공공청사용지였는데 주상복합용지로 바뀐 곳도 있다. 또한 당초 없었던 오피스텔 공급도 1만호 가까이 이뤄졌다.

이렇게 삼송지구는 인구 과밀형으로 택지개발계획이 바뀌는 과정에서 광장과 공원용지, 청소년수련시설 용지, 체육시설과 도서관 용지, 보행자전용도로는 규모를 축소했다. 특히 청소년수련시설과 화훼시설 용지는 최초 계획과 달리 용지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공공도시개발에 지자체 역할 미미

공공택지개발 사업계획 변경과정에서 지자체의 입김은 어느 정도일까.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택지가 조성되는 삼송지구와 같은 도시개발에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사업부지의 용도변경은 고양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처리한다. 하지만 삼송지구와 같은 국가주도 공공택지개발은 LH와 국토부 뜻대로 도시개발이 이뤄진다.

고양시 토지정비과 관계자는 “특별법에 따라 삼송 택지개발지구 내 모든 계발계획 수립과 토지의 용도변경은 고양시가 아닌 국토부가 최종 승인한다. 때문에 삼송지구 사업이 진행돼 온 14년간 국토부 산하기관이자 사업 시행자인 LH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며 “사업 변경 과정에서 고양시가 의견을 낸다 하더라도 대부분 묵살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고양시정연구원의 김리영 박사는 “사례를 찾아보면 삼송지구 내 사업계획 변경으로 계획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고양시는 교통영향분석 재검토와 도시지원시설 추가지정 재검토 등을 LH에 요구했다. 하지만 고양시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LH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변경이 이뤄지고 말았다”며 “지자체가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지자체 의견 반영이 필수는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도시계획위원인 김서현 시의원은 “사업구역 내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용도변경이 고양시가 추구하는 도시계획과 맞지 않더라도 시 공무원이 손쓸 방법이 딱히 없다”며 “지자체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피스텔 많지만 학교는 없다

삼송지구엔 도시지원시설용지와 상업용지에 총 9187호의 오피스텔이 대거 공급됐다. 하지만 법률상 오피스텔은 계획인구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이렇게 되면 실제 거주하는 인구에 비해 적은 양의 기반시설이 들어오게 된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분류 돼 학교관련 계획을 수립할 의무도 없다.

당초 삼송지구 내 도시지원시설용지는 공장형벤처기업을 위한 용지로 계획했다. 그러나 용지매각이 용이치 않자 LH는 오피스텔을 공급할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자족기능은 약화시키고 주거기능만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이 바뀌게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켰는데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가 오피스텔의 계획인구 미반영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에 유령이 살지 않는 이상 인구수는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리영 박사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삼송지구 내 오피스텔 거주인구는 총 2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2만 명은 행정동 1개 규모에 해당하는 굉장히 많은 수지만 도시개발 시행자인 LH는 법적으로 학교신설이나 도로교통 개선 등의 기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오피스텔에 실제로 초등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더라도 근처에 초등학교를 신설할 의무가 없다는 이야기다.

2015년 국토부와 LH가 도시기반시설용지 내에 오피스텔을 허용하자, 고양시는 “학교, 교통 등 각종 기반시설의 추가 지정이 필요하니 다시 검토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LH는 “도시지원시설 추가 지정 없이, 학생 발생을 제한하기 위해 오피스텔 전용면적을 제한하겠다”는 부분적인 조치계획만 반영하고 고양시의 의견은 무시했다. 

용도변경으로 LH 막대한 이익

2006년 최초 계획에서 2019년 최종 계획 단계까지 삼송지구의 주택용지는 약 12만㎡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사업부지 중 주택시설용지는 177만㎡에서 약 189만㎡로 6.8%증가했다. 

주택시설용지를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단독주택과 같은 저밀도 주거용지는 감소한 반면, 아파트를 비롯한 주상복합, 연립 등 상대적으로 토지매각 가격이 높은 용지는 면적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지 용도변경에 따른 LH의 개발이익을 추정해봤다. 고양시정연구원의 김리영 박사는 “용도변경 이후 주거용지는 기존 매각가격에 비해 5407억원의 추가이익이 발생했고, 상업용지와 근린생활용지는 1791억원이 감소했다”며 “둘을 합치면 용도변경에 따른 LH의 개발이익은 총 3615억원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LH는 용도변경으로 막대한 이득을 취했지만 반대로 인구증가에 따른 고양시의 재정·행정적 부담은 늘었다. 계획인구에 미반영 된 오피스텔 증가에 따른 기반시설 면적을 추정해봤는데, 김리영 박사는 “삼송지구 내 인구당 공공시설용지를 계산해 이를 준용했더니, 오피스텔 증가에 따른 추가 기반시설용지는 120만㎡이며, 이를 비용으로 환산(조성원가 수준)하면 무려 2654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며 “현재로서는 필요한 기반시설은 고양시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추가 비용들은 앞으로 LH와 협의를 통해 풀어야할 숙제”라고 말했다.

지자체-LH간 합의점 도출 필요

▲ 공공택지개발지구 내 용도변경 시 해당 지자체의 역할이 없다는 점과 ▲ 주거용 오피스텔이 계획인구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등은 국회에서 관련법령을 개정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에 앞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김리영 박사는 “일반적으로 택지개발을 포함한 대규모 도시개발을 시행할 경우 진행과정에서 지자체가 제시하는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해 고양시가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의 세부적인 원칙과 기준을 점검하고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전협상제도를 참고해 이를 토대로 기부채납 비율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민간 제안사업’에 적용되고 있을 뿐 공공개발사업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점도 명확하다. 고양시도 작년 2월부터 민간 제안사업에 대해 사전협상제도를 도입했지만, 삼송지구와 같은 국가사업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김 박사는 “결론적으로 현재의 법령 내에서는 공공택지개발에서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거나 개발이익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은 제한적이다”라며, “따라서 사업 시행자(LH)와 협약을 체결해 진행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진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다행스럽게도 고양시는 작년 6월 LH와 지역개발 상생협력 MOU를 체결하고 향후 3기 신도시 등의 합리적인 개발과 원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보고서는 삼송택지개발에 대한 문제점들을 분석해 봄으로써 장항동 공공주택지구와 창릉신도시 등 앞으로 고양시에서 이뤄질 공공택지개발에 대해 고양시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 고양시가 LH와 개발이익 환원과 관련된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 과정에서 참고자료가 됐으며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