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연구원 보고서 ‘코로나19와 교육’ 분석③ 교사편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 지난 1학기동안 교사들은  교실 안에서 학생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통을 이어갔다. 비대면수업이 어느새 교육현장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교육현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고양시 한 학교의 온라인 수업 준비 모습.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 지난 1학기동안 교사들은 교실 안에서 학생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통을 이어갔다. 비대면수업이 어느새 교육현장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교육현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고양시 한 학교의 온라인 수업 준비 모습.

 

교사 3860명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수업 역량은 늘었지만
등교수업 대체가능성엔 부정적
가정형편 따른 교육격차 실감
대안없는 무기력감에 스트레스
학습자료공유 등 협력 긴밀해져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변화 필요

[고양신문] 학교 교사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직군 중 하나다.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1학기 동안 교사들은 교실 안에서 학생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통을 이어갔다. 비대면수업은 어느새 교육현장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7월 이후 일주일에 한두 번 오프라인 등교 수업이 이뤄질 때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얼굴을 익히랴, 밀린 수행평가를 치러내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여기에 방역업무까지 새롭게 추가됐다.

이처럼 초유의 격변을 감당해낸 초중고 교사들의 지난 1학기는 어떠했을까.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지난 7월 1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의 학생·학부모·교사에게 ‘코로나19와 교육:학교 구성원의 생활과 인식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봤던 학생과 학부모의 조사결과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초중고 교사들의 설문결과를 다룬다. 총 3860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교사들은 어떤 변화를 경험했고 무엇을 원하고 있었을까. 

전화·문자로 수업참여시키느라 진땀
일산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21년차 교사인 A씨는 아침부터 학생들 수업참여를 독려하느라 정신이 없다. 예전의 학교는 등교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오고 종소리에 맞춰 수업이 진행되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지만 원격수업 이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보통 한 학급에 30명이 있다고 치면 2~3명 정도는 수업시간까지 접속을 하지 않아요. 그러면 일일이 전화나 문자를 돌리면서 태블릿이나 PC 모니터 앞에 앉혀야 하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에요. 수업에 써야할 에너지를 수업참여 독려하는 데 쓰느라 진이 빠져버리니….” 이는 비단 A교사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다. 조사 결과 초중고 교사들 모두 온라인수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으로 ‘학생참여촉진’을 꼽았다(32%).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이라는 큰 변화를 겪으면서도 나름대로 적응해가는 모습이었다. ‘온라인수업 운영 역량이 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84%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등교수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보다 교실수업을 더 선호(80.4%)했으며 학생들과의 대면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96.5%)고 느끼고 있었다. ‘온라인을 통해 학생과 더 상호작용이 잘 된다’라고 느끼는 교사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A교사는 “원격수업을 쌍방향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학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대면수업에서는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수업효과를 바로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아무래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B씨 또한 “온라인 수업이 보조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할 순 없다. 협력교육이나 토론 등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들을 기르는 데 있어 대면교육이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7월 이후 등교수업이 본격화되면서 평가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학사일정상 학기 내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온라인 수업 기간 동안에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등교하는 날은 ‘시험 치는 날’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덕양구 한 고등학교 교사 C씨는 “고3 1학기는 사실상 수능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기간인데 평가기간도 짧고 오프라인 활동도 부족하다 보니 기재할 내용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교사들은 등교수업과 온라인수업이 병행되면서 평가에 가장 어려운 점으로 ‘수업시간 내에 평가 실시 부족’(60.1%)을 뽑았으며 특히 고등학교 교사들은 생기부 기재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21%, 초 18%, 중 14.7%).

늘어난 교육격차에 자괴감 커져
앞서 학생·학부모 조사결과에서 확인했던 가장 큰 문제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교육격차’였다. 교사들 또한 마찬가지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83.7%의 교사들이 “온라인수업 후 학생 간 학습격차가 더 커졌다”고 응답했으며 62.7%의 교사가 “온라인수업 시 취약계층 학생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연차가 낮을수록 해당 응답비율은 더 높아졌다. 5년차 교사인 C씨는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면 가정형편에 따른 격차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보호자 돌봄이 없으면 생활습관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고 집안환경이 안 좋을수록 수업집중도도 낮아졌다. 성적 양극화가 더 심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A교사 또한 “가정형편에 따른 학습격차가 더 심해졌지만 솔직히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그나마 초·중학교는 등교수업 때 다시 복습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지만 학사일정 쫓기에 급급한 고등학교는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에 교사들은 답답함을 넘어 무기력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 1학기를 지나며 “정신건강이 나빠졌다”는 교사들의 응답률이 54%에 달하기도 했다. 

 

온라인수업, 등교수업에 방역업무까지 동시에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이면서 교사들은 갈수록 지쳐가고 있다. 전체교사의 88.6%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으며 69%의 교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담당해야 할 업무가 과중하다”고 답변했다. C교사는 “수업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코로나 지침 수행, 대입상담까지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맡겨지면서 과로를 겪는 동료교사들이 많다”며 “어쨌든 사명감을 갖고 이겨나가고 있지만 마치 온라인 수업이 되면서 교사들이 노는 것처럼 인식하는 일부 여론을 접하면 상처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방적 지침보다 학교자율권 확대해야
조사 결과에서 고무적인 요소들도 발견됐다. 많은 교사들은 코로나 1학기를 겪으면서 소속 학교의 자치 및 공동체 간의 소통·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61.9%의 교사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전체 협력이 잘 이뤄진다”고 답했으며 “코로나19 이전보다 학년(교과)내 협력이 잘 이뤄진다”는 응답도 74.9%에 달했다. 학내 민주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 학생사안이나 방역문제 등이 발생할 경우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매우 높았다(87%).

최창의 전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은 “기본적으로 교육부 지침이 내려오긴 했지만 전례 없는 상황에 대응하며 실질적인 내용을 채워간 것은 현장교사들의 역량”이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교육현장에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B교사 또한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다 보니 교사들 간에 아이디어를 모으고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서로 학습자료도 공유하고 피드백도 하면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학교자치와 자율권에 대한 요구들도 나왔다. C교사는 “매번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지침 식으로 위에서 계속 내려보내는 방식도 문제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당사자인 학생·교사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아 학교가 책임지고 논의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처럼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교육현장에서도 ‘새로운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들이 깊어지고 있다. 최창의 전 연수원장은 온라인 수업이 지닌 한계점에 대해 지적하면서 대면교육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학급당 학생수 감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전 원장은 “미래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핵심역량인 협력, 질문, 토론능력을 기르는 데 있어 온라인 수업이 갖는 한계는 명확하다”며 “온라인교육이 보조역할을 하고 대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학급당 학생 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가 됐다. 이번 기회에 정책적 결정과 예산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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